[단독][김진이 간다]국회 집하장의 비밀…줄줄 새는 개인정보

2020-01-30 1



오늘 김진이간다는 시청자분께서 보내주신 제보 내용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개인정보 문제가 안그래도 민감한데, 무더기 서류가 유출된 곳이 국회의사당이라는 제보입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김진]
저는 지금 국회의사당 앞에 나와 있습니다. 국회는 입법 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업무 전반을 다루는 주요한 권력 기구인데요. 그런데 이 국회에서 개인정보나 회의 기록 등이 담긴 문서가 고스란히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과연 이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밤 9시 무렵. 제보자의 연락을 받고 급히 국회의사당을 찾았습니다.

[제보자]
(국회의사당에) 구경하러 왔다가 여기를 보는데, 일부 문서 같은 것들이 너불거리기에...

대형 포대들 속에는 파쇄 되지 않은 문서들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제보자]
보니까 국가 조사 (자료), 개인정보도 있는 것 같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제보 드렸습니다.

국회 의원회관 앞에 있는 쓰레기 집하장은 일반인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 이렇게 놓아두어도 괜찮은 걸까요?

다음 날 새벽, 다시 국회의사당을 찾았습니다. 문서들은 여전히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잠시 후, 집하장을 나서는 트럭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짐칸이 비어 있는 트럭은 국회의사당 내부 다른 건물 지하로 향합니다.

미리 모아놓은 문서와 파지를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확인해 보니, 역시 파쇄 되지 않은 문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새벽 국회 건물 곳곳에서 폐지를 모아 집하장으로 옮겨오는 겁니다.

이 폐지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김진]
이것들이 바로 국회에서 가져온 문서들입니다. 정말 많죠? 그런데 더 많은 문서가 지금 아직도 그곳에 쌓여 있다는 겁니다. 법안 심사자료, 그리고 예산안 내용, 법안 개정 예고안, 개인들에게 보낸 편지 뭉치까지. 얼마나 더 많은 문서들이 있는지 저희 제작진이 함께 분류를 해보겠습니다.

온종일 문서를 분류해 보았는데요,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진]
지금 보시면 입법조사관들의 개인 여권 사본 정보랑 이 조사관들이 해외 출장을 가서 어느 숙소에 묵었고, 어떤 비행기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 어떤 보험을 가입했는지, 그곳에서 누구를 접촉 했는지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들이 다 담겨 있습니다.

그 밖에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주요 공공기관장의 휴대전화번호, 그리고 회의 참석여부까지 고스란히 적힌 문서가 발견되었고,

국회 경호 업무 분담표, 예산안 심사자료, 방문인의 차량번호와 방문 시간, 심지어 개인의 실적평가서와 일자별 당직자 리스트까지.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민감한 내용들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여권사본과 해외출장일정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당사자는 국회 입법조사관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입법조사처 관계자에게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피디]
중요한 문서 아닌가요?

[입법조사처 관계자]
이것 같은 경우는 개인 자료라서...어? 아, 잠시만요. 사무처 쪽 파일인 것 같긴 한데, 여권 사본인 것 같아서 저희가 파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피디]
그런데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 아닌가요?

[입법조사처 관계자]
저도 그 부분은 제가 잘 몰라가지고 왜 이렇게 버려졌는지. 파쇄가 안 돼서 버려진 건지 아니면 그 분들이 분실한 건지 저희가 상황을 잘 몰라가지고...

해외 출장 관련 문서들을 버린 곳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
이 문서가 어디서 이렇게 뭉텅이로? 어머, 희한하네. 이게 왜 그렇게 굴러다니지?

[피디]
이렇게 되어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
안 되죠. 우리 문서들이 다 중요해서 개인적으로 (외부에) 나가면 안 되는 것들은 (직원) 본인들이 확인하긴 하는데 이건 업무상 빠진 것 같아요.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금융관련 업체 모집 과정에 대한 비리를 제보하는 내용과 불법 개도축 문제를 지적한 민원인들의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문서들도 발견됐습니다.

전화번호뿐 아니라 민원인 실명과 집 주소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고발인 A씨]
말이 안 되죠 그건. 제가 비공식으로 (국회에) 요청을 한 건데 어떻게 그런 게 돌아다니죠? 절대 안 되죠 이건. 있을 수 없는 거죠.

무엇보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고발인 B씨]
제가 어떤 내용으로 민원을 냈는지 다 나와 있는데, 제 전화번호랑 주소랑 이름이랑 다 나와 있잖아요. 보복도 당할 수 있겠죠. 너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으니까 화가 나는 것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요.

큰 마음 먹고 낸 민원이 쓰레기 취급받았다는 씁쓸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고발인 B씨]
이렇게 휴지통에 돌아다닌다는 거는 시민들의 민원이 쓰레기 취급 받는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국회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든 곳입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입법관련 주요 서류와 소중한 개인정보가 지금까지도 술술 새나오고 있습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